공동저작을 남발하지 않는 계약 구조: 작품권, 세계관권, 파생권 분리하기
공동 IP를 만들겠다고 해서 모든 참여자를 공동저작자로 묶으면 오히려 프로젝트가 멈출 수 있다. 협업형 거대 IP에 필요한 것은 “모두가 공동저작자”라는 선언이 아니라, 작품권·세계관권·파생권·유통권·운영권을 구분하는 계약 구조다.
이 글은 법률·세무·투자·AI 거버넌스 자문이 아니라 웹소설·웹툰·시나리오 기반 공동 IP 산업 구조를 분석하는 글이다. 실제 계약, 정산, 권리 귀속, 공동저작 판단, 2차 사업화 계약은 전문가 검토가 필요하다.
이 글에서 쓰는 “작품권”, “세계관권”, “운영권”은 법률상 고정된 권리명이 아니라 공동 IP 프로젝트를 설계하기 위한 실무적 구분이다. 실제 계약서에서는 저작재산권, 이용허락, 배타적발행권, 2차적저작물작성권, 상표권, 디자인권, 정산권, 승인권 등 구체 조항으로 풀어야 한다.
공동저작을 많이 붙이면 공정해질까
공동 IP 프로젝트를 처음 구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공동저작”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었으니 모두 공동저작자로 인정하면 공정해 보인다. 세계관을 만든 사람, 캐릭터를 제안한 사람, 원고를 쓴 사람, 각색한 사람, 콘티를 짠 사람, 작화한 사람, 편집 방향을 잡은 사람, 투자와 운영을 맡은 사람까지 하나의 크레딧 안에 넣고 싶어진다.
그러나 공동저작은 협업을 칭찬하는 표현이 아니다. 권리 행사와 수익배분에 직접 연결되는 무거운 구조다. 공동저작물로 처리되면 각 참여자의 권리 행사 방식, 동의 범위, 수익배분, 양도와 이용허락, 탈퇴 이후 처리까지 모두 복잡해진다. 특히 장기 연재와 세계관 확장이 전제된 프로젝트에서는 새로운 작가와 작화가, 영상 제작자, 오디오 제작자, 굿즈 디자이너가 계속 들어온다. 이때 모든 참여를 공동저작으로 처리하면 프로젝트의 의사결정이 점점 무거워진다.
그래서 공동저작을 줄이자는 말은 창작자의 권리를 줄이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실제 창작적 기여가 있는 사람은 정확히 보호하되, 공동저작으로 처리할 필요가 없는 기여까지 한 덩어리로 묶지 말자는 것이다. 협업형 IP의 계약 구조는 “누가 함께 만들었나”보다 먼저 “무엇을 함께 만들었나”를 구분해야 한다.
공정한 협업은 모두를 같은 이름으로 묶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각자가 만든 것, 승인한 것, 이용을 허락한 것, 후속 수익을 받을 항목을 다르게 기록할 때 가능해진다.
첫 번째 구분: 작품권
가장 먼저 분리해야 할 것은 작품권이다. 여기서 작품권이란 특정 웹소설 한 편, 웹툰 한 편, 시나리오 한 편, 오디오드라마 한 편처럼 완성된 개별 산출물에 대한 권리 층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같은 세계관 안에 A 작가가 쓴 1번 시리즈와 B 작가가 쓴 2번 시리즈가 있다면, 두 작품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더라도 개별 작품으로 구분되어야 한다.
작품권을 구분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A 작가가 만든 주인공의 서사와 B 작가가 만든 다른 지역의 사건이 모두 한 세계관에 속한다고 해서, 두 사람이 서로의 원고 전체에 같은 권리를 갖는 것처럼 처리하면 곤란하다. 공동 세계관 안에서도 작품별 리드 창작자, 공동 집필자, 각색자, 편집자, 작화가의 권리와 보상 구조는 따로 정리되어야 한다.
작품권은 “이 작품을 누가 썼는가”만 묻지 않는다. 어느 범위까지 이용을 허락했는지, 어느 플랫폼에 유통할 수 있는지, 전자책·종이책·오디오북·번역판으로 낼 수 있는지, 독점인지 비독점인지, 계약 기간은 얼마인지, 수익은 어떤 산식으로 나누는지까지 함께 묻는다. 따라서 공동 IP 프로젝트에서는 작품별 제작계약과 세계관 운영계약을 반드시 나누어야 한다.
두 번째 구분: 세계관권
다음은 세계관권이다. 이 말 역시 법률상 하나의 고정 권리명이 아니라, 공동 IP를 운영하기 위한 실무 용어다. 세계관권은 특정 개별 작품의 문장이나 컷이 아니라, 세계관 바이블에 등록되는 핵심 규칙, 시대 배경, 국가·조직·종족·마법 체계, 기술 체계, 캐릭터 원형, 사건 연표, 캐논 등급, 금지 설정, 후속 확장 기준을 관리하는 권리와 운영 권한을 뜻한다.
공동 세계관 IP에서 가장 위험한 착각은 “세계관은 모두의 것이니 아무나 자유롭게 쓰면 된다”는 생각이다. 세계관은 공동의 기반이지만, 무제한 공용 자산이 아니다. 누가 새 설정을 추가할 수 있는지, 기존 설정을 수정할 수 있는지, 캐릭터를 다른 작품에 등장시킬 수 있는지, 어느 장면을 공식 캐논으로 인정할지에 대한 승인 구조가 있어야 한다.
세계관권을 제대로 설계하려면 세계관 바이블이 단순한 설정 문서가 아니라 권리 연결 문서가 되어야 한다. 어떤 캐릭터가 어느 작품에서 처음 등장했는지, 누가 원형을 만들었는지, 누가 후속 각색을 했는지, 해당 캐릭터가 웹툰·영상·굿즈로 확장될 때 어느 기여자에게 어떤 크레딧과 후행분배가 연결되는지 기록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세계관이 커질수록 “누가 만든 캐릭터인가”, “누가 승인했는가”, “누가 수익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반복된다.
세 번째 구분: 파생권
파생권은 원작이 다른 형식으로 확장될 때 발생하는 권리 층위다. 웹소설이 웹툰이 되고, 웹툰이 드라마가 되고, 캐릭터가 굿즈가 되고, 설정이 게임이나 오디오드라마가 되는 과정이 여기에 속한다. 저작권법에서는 원저작물을 기초로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고 이용하는 권리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그래서 공동 IP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파생권을 별도 조항으로 떼어 두어야 한다.
파생권을 초기 연재 계약에 모두 묶으면 편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큰 위험이 된다. 웹소설 연재를 위해 필요한 권리와 웹툰화권, 영상화권, 게임화권, 굿즈화권은 제작비와 리스크, 참여자, 수익구조가 다르다. 웹툰화에는 각색가와 작화가가 들어오고, 영상화에는 프로듀서와 시나리오 작가, 감독, 배우, 제작사가 들어온다. 굿즈화에는 캐릭터 디자인과 상표·디자인 관리가 연결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한 권리로 묶으면 후속 기여자를 공정하게 대우하기 어렵다.
따라서 파생권은 “언젠가 성공하면 회사가 알아서 한다”가 아니라, 권리 유형별로 별도 승인권과 별도 정산표를 두어야 한다. 웹툰화 승인권, 영상화 협의권, 캐릭터 상품화 승인권, 해외 번역·출판권, 오디오화권은 서로 다른 사업이다. 같은 IP에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정산식을 적용하면 공정하지 않다.
| 권리 층위 | 무엇을 다루는가 | 계약에서 반드시 분리할 항목 |
|---|---|---|
| 작품권 | 개별 웹소설, 웹툰, 시나리오, 오디오드라마 등 완성 산출물 | 저작자, 이용허락 범위, 독점 여부, 계약 기간, 작품별 정산 |
| 세계관권 | 세계관 바이블, 캐릭터 원형, 캐논, 사건 연표, 설정 규칙 | 등록 기준, 수정 승인권, 캐릭터 재사용권, 기여도 기록 |
| 파생권 | 웹툰화, 영상화, 오디오화, 게임화, 굿즈화, 해외화 | 권리별 승인권, 별도 계약, 별도 수익분배, 후속 기여자 보상 |
| 유통권 | 어떤 플랫폼과 지역에서 작품을 판매·공개할 것인가 | 플랫폼별 정산, 지역별 매출, 기간, 독점·비독점 조건 |
| 운영권 | 프로젝트 관리, 승인, 공개, 로그, 정산, 포털 운영 | 운영 주체, 감사권, 이의제기 절차, AI 사용 로그 관리 |
공동저작은 언제 필요하고 언제 위험한가
공동저작은 필요할 때가 있다. 두 작가가 하나의 분리 불가능한 원고를 함께 쓰고, 각자의 기여를 따로 떼어 이용하기 어렵다면 공동저작 구조가 필요할 수 있다. 웹툰에서도 스토리와 작화가 결합된 최종 산출물이 공동저작 쟁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공동저작이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하지 않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세계관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몇 가지 제안했다고 해서 개별 원고 전체의 공동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원고의 핵심 장면, 캐릭터 관계, 대사, 구조를 실제로 함께 만들었다면 단순 자문으로 처리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기여도 매트릭스가 필요하다. 기여를 낮추기 위한 장부가 아니라, 공동저작인지, 각색 기여인지, 설정 기여인지, 편집 기여인지, 운영 기여인지 구분하기 위한 장부다.
공동저작을 남발하면 프로젝트는 의사결정이 느려진다. 모든 이용에 모든 사람의 동의가 필요한 구조가 되거나, 후속 확장 때마다 권리자 확인이 반복될 수 있다. 반대로 공동저작을 지나치게 회피하면 실제 창작자는 보상과 크레딧에서 배제된다. 그러므로 핵심은 공동저작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저작으로 처리할 부분과 라이선스·도급·편집·운영·자문으로 처리할 부분을 구분하는 것이다.
공동 IP 계약은 모듈형이어야 한다
협업형 IP의 계약은 하나의 거대한 계약서로 끝나면 안 된다. 처음부터 모든 권리를 포괄하는 계약서는 편리하지만 위험하다. 좋은 구조는 모듈형 계약이다.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세계관 바이블 운영계약이 있고, 그 위에 작품별 제작계약, 플랫폼 유통계약, 파생권 부속계약, 정산·감사계약, AI 사용 및 로그 보존 조항, 크레딧 규정이 붙어야 한다.
이 구조의 장점은 확장에 강하다는 점이다. 새로운 시리즈가 들어오면 작품별 제작계약만 추가하면 된다. 웹툰화가 결정되면 웹툰화 부속계약을 붙이면 된다. 영상 옵션을 받으면 영상화권 조항만 별도 협상하면 된다. 캐릭터 굿즈가 나오면 캐릭터 원형 기여자와 디자인 기여자를 기여도 매트릭스에서 확인해 정산하면 된다. 이렇게 해야 공동 IP가 커져도 기존 권리 구조가 무너지지 않는다.
모듈형 계약의 기본 구조
- 세계관 바이블 운영계약: 세계관 등록, 수정, 승인, 캐논 등급, 캐릭터 재사용 기준을 정한다.
- 작품별 제작계약: 개별 작품의 리드 창작자, 공동 집필 여부, 납품 기준, 이용허락 범위를 정한다.
- 파생권 부속계약: 웹툰화, 영상화, 오디오화, 게임화, 굿즈화 권리를 각각 따로 정한다.
- 정산·감사계약: 총매출, 순매출, 비용 회수, 창작자 풀, 기여도 배분, 이의제기 절차를 정한다.
- AI 사용·로그 조항: AI 자료조사, 초안, 편집, 이미지, 오디오 사용 범위와 인간 승인 기록을 정한다.
작품권과 세계관권을 분리하지 않으면 생기는 문제
작품권과 세계관권이 섞이면 작은 분쟁이 큰 분쟁이 된다. 특정 작품의 인기가 높아졌을 때 그 작품의 주인공이 세계관 전체의 대표 캐릭터가 될 수 있다. 이때 해당 캐릭터의 원형을 만든 사람, 작품을 쓴 사람, 웹툰에서 디자인을 확정한 사람, 굿즈용 시각 규칙을 만든 사람이 모두 다를 수 있다. 그런데 계약서가 이 차이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후속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 설명하기 어렵다.
반대로 세계관 운영사가 모든 캐릭터와 설정을 전부 소유한다고만 정하면 작품별 창작자의 동기가 약해진다. 작가 입장에서는 자신이 만든 캐릭터가 세계관의 핵심 자산이 되어도 후속 수익과 크레딧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느낀다. 이 구조에서는 좋은 작가가 오래 남기 어렵다. 공동 IP의 목적은 창작자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든 자산이 커질수록 참여자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파생권은 성과 확인 뒤 별도로 열어야 한다
웹소설에서 웹툰으로, 웹툰에서 영상으로, 영상에서 굿즈와 게임으로 확장하는 과정은 IP 산업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 확장권을 처음부터 모두 넘기면, 정작 작품이 성장했을 때 작가와 프로젝트 팀은 협상력을 잃는다. 특히 공동 IP에서는 확장 단계마다 새 기여자가 들어오므로, 파생권은 성과 확인 뒤 별도 계약으로 여는 것이 더 안전하다.
예를 들어 첫 계약에서는 웹소설 연재와 전자출판만 다루고, 웹툰화는 별도 승인과 별도 정산으로 열어 둔다. 웹툰화가 실제로 진행되면 각색자, 작화가, 캐릭터 디자이너, 원작자, 세계관 바이블 기여자의 역할을 따로 적는다. 영상화는 다시 별도 옵션 계약으로 분리한다. 이렇게 하면 각 단계의 리스크와 보상을 그 단계의 참여자에게 맞게 설계할 수 있다.
AI 사용 조항도 계약 안에 들어가야 한다
공동 IP 시대의 계약 구조에서 AI 사용 조항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AI가 자료조사를 했는지, 초안 대안을 냈는지, 편집 검증을 했는지, 이미지 콘셉트를 만들었는지, 오디오 가이드 보이스를 만들었는지에 따라 기록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또한 다른 참여자의 원고, 캐릭터 설정, 음성, 스타일을 AI 입력값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정해야 한다.
AI는 공동저작자가 아니다. 하지만 AI 사용 기록은 인간 기여를 설명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누가 AI 결과를 검토했는지, 무엇을 거절했는지, 어떤 부분을 수정했는지, 최종 공개본을 누가 승인했는지 기록해야 한다. 이 기록은 저작권 등록, 공개 고지, 정산 이의제기, 크레딧 분쟁, 독자 신뢰 관리에 모두 연결된다.
계약 전 확인해야 할 질문
- 이 계약은 개별 작품 이용계약인가, 세계관 운영계약인가, 파생권 계약인가?
- 공동저작으로 처리할 산출물과 개별 기여로 기록할 산출물을 구분했는가?
- 세계관 바이블에 등록되는 캐릭터와 설정의 기여자를 기록하는가?
- 웹툰화, 영상화, 오디오화, 굿즈화 권리를 각각 별도 승인으로 열어 두었는가?
- 후속 수익이 발생했을 때 기여도 매트릭스와 정산 엔진이 연결되는가?
- AI 사용 로그와 인간 승인 기록을 보존하는 조항이 있는가?
- 탈퇴, 교체, 미완성 원고, 연재 중단, 권리 회수 상황을 처리하는 조항이 있는가?
결국 계약은 창작 철학의 운영 언어다
계약은 차갑고 딱딱한 문서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동 IP에서 계약은 창작 철학의 운영 언어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함께 만들 것인지, 무엇을 공유하고 무엇을 분리할 것인지, 어떤 기여를 기억할 것인지, 어떤 수익을 누구에게 돌려줄 것인지 계약이 말해 준다.
좋은 공동 IP는 모든 사람을 같은 이름으로 묶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의 기여를 더 정확하게 나눈다. 원작자는 원작자로, 세계관 기여자는 세계관 기여자로, 각색가는 각색가로, 작화가는 작화가로, 운영자는 운영자로 기록된다. 그리고 각 기록은 세계관 바이블, 기여도 매트릭스, 정산 엔진, 창작자 포털로 이어진다.
이 구조가 만들어질 때 공동 창작은 비로소 위험한 모험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가 된다. 혼자 써야만 안전한 시장을 넘어서려면, 함께 만들되 함께 망가지지 않는 계약 구조가 필요하다. 공동저작을 남발하지 않는다는 것은 협업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협업이 오래 지속되도록 권리의 층위를 정교하게 나누는 일이다.
참고한 자료와 기준
- 국가법령정보센터, 저작권법 — 공동저작물, 저작재산권, 2차적저작물작성권 관련 조항 확인에 참고.
- 한국저작권위원회 — 저작권 제도, 저작권 계약, AI 활용 저작물 등록·분쟁 예방 자료 확인에 참고.
- 문화체육관광부 — 만화·웹툰 분야 표준계약서와 2차 사업화 권리 분리 흐름 확인에 참고.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 출판 및 웹소설 관련 표준계약 자료 흐름 확인에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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