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킨 '눈보라'를 읽고, 숨겨진 고전을 발굴하는 녹색광선 시리즈 소개,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 푸시킨에 대하여

 알렉산드르 푸시킨 <눈보라> 를 읽고

숨겨진 고전을 발굴하는 녹색광선 출판사 시리즈 소개 



러시아는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 체호프등 대문호들을 대거 배출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러시아인들이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하는 대문호는 푸시킨이라는 것을 아시나요? 푸시킨은 당대 러시아 작가들이 프랑스어로 고급스러운 문학을 이어가기에 바빴던 것에 비해 러시아어를 사용함으로써 말과 글을 일치시켜 문학의 대중화에 크게 일조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백석 작가가 번역한 이래로 많은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회자되는 시입니다. 푸시킨은 아내와 염문설이 돌던 당테스와의 결투에서 총을 맞아 죽어 소설 같은 삶을 살기도 했습니다. 그의 단편소설집 ‘눈보라’는 그러한 낭만주의 문학문학의 매력을 보여주는 단편이 5개 실려있습니다. 이야기는 소설이라기 보다는 짧은 우화라고 보여지기 때문에 내용만 읽는 것보다는 이 우화로서 푸시킨이 말하고자한 주제의식을 더 명료화 하기 위해서는 책 뒷편의 해설 부분을 꼭 읽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 각 이야기의 줄거리와 주제 >

1. 한 발의 총성

한 무명의 젊은 장교 실비오와 귀족의 대결을 중심으로, 명예와 자존심의 허상을 다룹니다. 두 사람은 사소한 갈등으로 결투를 벌이고 낭만적 삶을 연기하며 살아오던 실비오는 과거 자신의 낭만을 모욕했던 백작과 재결투를 하기 위해 6년의 세월을 허송세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결국 이루어진 재결투는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맺습니다. 푸시킨의 실제 죽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독자로서는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명대사

  • “한 발의 총성이 두 인생을 갈라 놓았다."
  • 용맹이야말로 인간의 최고의 미덕이자 어떠한 악행도 용서하는 것이라고 보았던 청년들에게, 용기 부족은 가장 용서받기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 “명예를 위한 행동이 언제나 명예롭지는 않다.”

2. 눈보라

젊은 연인 마리아와 블라디미르가 도피 결혼을 계획하지만,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고 우연과 운명의 장난으로 서로 만나지 못합니다. 마리아는 약속했던 그 예배당에서 블라디미르가 아닌 다른 이 '브루민'을 그로 착각하고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당연히 그들은 결혼생활은 커녕 그대로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3년이 지나 다시 서로의 과거를 모른 채 또 우연히 만나 그들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계획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고 불같이 저지른 사랑은 사랑이 아닌 걸까요? 사랑도 인생도 계획보다는 우연적인 결과들이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남자들의 이름도 블라디미르와 블라민, 어쩐지 이러나 저러나 별 상관없을 정도로 유사하지 않나요? 이는 인생이나 사랑 모두 계획을 했든 운명이나 우연이든 별 상관은 없고 어쨌든 잘 흘러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설정인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은 문장 

  • “우리는 눈보라 속에서 서로를 잃어버렸습니다.
  • “운명이 우리를 갈라 놓았다면, 그것은 언젠가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하기 위함일지도 모릅니다.”

3. 장의사

장의사 아드리얀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 없이 편법으로 이익을 챙기며 살아갑니다.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우울하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이 편법으로 쌓은 재산으로 좋은 집을 사게 됨에도 어쩐지 뿌듯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 의아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는 드디어 각성을 하게 된 것일지 모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는 꿈 속에서 자신이 장례를 치렀던 모든 죽은 이들과 만나 과거의 과오를 청산하게 됩니다. 그는 그렇게 처음으로 죽음의 본질을 마주하고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기억에 남은 문장 

  • “죽음은 나의 직업이지만, 나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4. 역참지기

역참지기는 자신의 어여쁜 딸 '두냐'가 자신의 역참에 들렀던 귀족 장교와 도망가버리는 바람에 술로만 세월을 보내다가 쓸쓸하게 죽고 맙니다. 그는 딸을 찾으러 가기도 했지만 그 장교는 한사코 딸을 만나지도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돈을 쥐어주며 쫓아냅니다. 역참지기는 장교가 쥐어준 돈을 처음에는 버렸다가 다시 주워담아 돌아옵니다. 그러나 그가 딸이 그 시대 여느 아가씨들이 흔하게 겪었던 '귀족 놀이 하며 놀다가 결국은 버려지는'꼴을 당할까 봐 늘 걱정한 마음만은 진심이었습니다. 그 역참지기와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었던 화자는 오랜 세월이 지나 그 역참에 다시 들러 주변인들로부터 '두냐'는 그 장교의 아이들을 셋이나 낳고 계속 행복하게 잘 살다가 아버지의 묘에 와서 한참 울고 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비록 살아생전 만나지는 못했지만 하늘에서 딸 두냐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역참지기 노인이 평안에 이르렀기를 바라봅니다. 

기억에 남은 문장

  • “역참은 지나가는 길손들의 것이지만, 나는 여기에서 인생을 산다.
  • '세상은 계급순'이라는 모두에게 편리한 법칙 대신, 가령 '세상은 지혜순'과 같은 다른 법칙을 적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별의별 꼴같잖은 말다툼이 벌어질 게 뻔하지! 게다가 하인들은 어떤 분부터 먼저 음식 접시를 날라야 하겠는가?
  • “딸을 잃은 부모의 고통은 세상의 어떤 말로도 위로 받을 수 없다.”

5. 귀족 아가씨와 농노 아가씨

귀족 여성과 농노 여성 간의 우정과 갈등을 통해 당시 러시아의 사회 구조와 계급적 제약을 탐구한다. 두 여성이 각자의 역할을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려는 모습을 그린다.

기억에 남은 문장

  • “우리의 계급은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였습니다.”
  • 고독과 자유, 독서는 일찌감치 그들의 마음속에 감정과 열정을 자라게 하는데 이는 정신없이 바삐 사는 우리네 수도 미인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다. 
  • 이를테면 가장 중요한 '성격의 특징 즉, '개성'같은 것 말이다. 장 폴(독일 낭만주의 작가, 본명은 프리드리히 리히터)은 이것이 없다면 인간 존재의 위대함 또한 없다고 말했다. 수도의 여인들은 어쩌면 최상의 교육을 받았겠지만, 사교계의 관습이 곧 그들의 개성을 말끔히 다림질하며 마치 모자처럼 그들의 영혼을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버린다. 
  • “자유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입니다."


푸시킨의 <눈보라>는 단편소설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집으로, 러시아 사회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부유한 집안의 자제로 태어나 유모로부터 러시아 전통 민담을 많이 들으며 자라면서 러시아 민중 특유의 정서를 작품에 많이 녹여냈습니다. <눈보라> 속 이야기들은 간결한 문장과 정교한 서사 구조를 통해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이 유머러스하고 독창적입니다. 푸시킨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동시에,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당시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 푸시킨 작품의 특징 >

  1. 낭만주의와 사실주의의 융합: 푸시킨은 낭만적인 서사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사실적이고 사회적인 배경 묘사를 중시했습니다.

  2. 예측 불가능한 결말: 이야기의 전개가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강렬한 여운을 남깁니다.

< 러시아 문학과 현대 문학에 미친 영향 >

푸시킨은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러시아 문학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문학사에 기여했습니다

  1. 러시아어 문학의 발전: 푸시킨은 러시아어로 문학 작품을 집필하며, 러시아어 문학의 문체와 전통을 확립하고 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했습니다.

  2. 후대 작가들에게 영감 제공: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체호프 등 러시아 대문호들은 푸시킨의 서사 기법과 주제 의식에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3. 현대 문학의 기초 형성: 아이러니와 복잡한 인간 심리를 다룬 그의 작품은 현대 문학에서도 자주 언급되고 연구됩니다.


마무리

우리나라 서울 소공동 롯데타운에 푸시킨의 동상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이는 한국과 러시아의 교류를 상징하는 표석이기도 합니다. 그의 작품들은 인간의 약점과 비극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습니다. 러시아 문학이 다소 진지한 편이기 때문에 푸시킨의 매력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의 독창적인 이야기 구성과 주제 의식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며, 그의 작품은 여전히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저 또한 확실히 러시아 대문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푸시킨의 책들은 어렵지 않게 술술 읽혀서 좋았습니다. 푸시킨의 책은 대표적으로 소설은 <대위의 딸>, <벨킨 이야기>, <스페이드의 여왕>, <예브게니 오네긴>,시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시베리아에 보내는 시>, <자유의 찬가>, <집시들>, <악령> 등이며 이 외에도 희곡과 동화까지 다양한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고전 문학 애호가라면 푸시킨의 작품은 반드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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