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아이 문제로 자꾸 싸울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이좋던 부부도 아이를 키우면서 갈등이 잦아지곤 합니다. 육아는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행위가 아니라, 부모가 함께 성장하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는 과정입니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부부는 단순한 "연인"에서 "팀"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서로의 육아에 대한 가치관이 상충하기도 하여 부부에게 새로운 시험을 가져오곤 합니다. 다음 사례를 통해 부부 간의 갈등과 육아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 사례 >
얼마 전, 딸의 고집스러운 행동에 화가 나 볼을 꼬집었다가 남편과 크게 싸웠습니다. 저희 부부는 엄마인 제가 주 양육자이면서도 옛날 아버지처럼 권위적인 모습을 하고 있고, 남편은 따뜻한 어머니처럼 아이를 감싸는 모습이죠. 남편은 제게 "너는 왜 변하지 않느냐"고 했고, 저는 "아이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맞받아쳤습니다. 사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노상 학교 전화를 받아가며 힘들었던 저를 뒤로 하고 남편이 아이만 감싸는 태도에 화가 났던 거죠. 제 나름대로는 온 힘을 다해 노력해서 학교 전화도 더 이상 오지 않게 되고 잘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저의 노력이 외면당하는 것 같아 억울했습니다.
요즘은 딸과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1학기 때 부적응하던 그 기억들이 제 머릿속에서 마치 악령처럼 되살아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다시 아이를 데리고 상담센터에 가게 될까봐 불안감이 몰려오곤 합니다. 그러던 중, 남편이 "네가 아이를 격려할 줄 아냐"고 묻자 저는 과거가 떠올랐습니다. 아버지의 학대, 유약했던 어머니를 보호하느라 어머니에게 격려를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었던 제 어린 시절이요. 결국, 제게 부족했던 격려와 칭찬이 딸아이를 대할 때 인색하게 된 것 같아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흔히 '사랑하니까 그래'라며 쉽게 타인에게 개입하고 고치려 드는 문제들이 자주 발생합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문제적인 어느 부분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감당하고 받아들일 수 없으면 관계를 끊으면 되지만 부모와 자식 관계는 어느 정도는 개입을 해서라도 지도해야 하는 부모의 역할과 동시에 자식이 완벽한 다른 개체임을 인정하고 대해야 하는 것 때문에 더욱 미묘하고 어렵습니다.
여러 이유로 갈등을 빚더라도 행복한 부부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코드'가 같아야 합니다. 유퀴즈 온 더 블록에서 장항준 감독이 부부가 웃는 포인트가 같으면 일상이 즐겁고 울거나 화나는 포인트가 같다는 건 세계관과 이데올로기가 같은 괘를 갖고 있는 것이라 한 말에 공감이 갔습니다. 저희 부부는 는 그런 부분에서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둘이 술 한 잔 하는 일상을 즐기고 좋아하는 음식도 비슷하고 책임감을 중요시 여기며 사람과 사회를 보는 관점 등이 비슷하지요. 하지만 그것이 부부생활의 전부는 아닙니다. 반복되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1. 부부는 팀이다: 갈등 속에서 협력의 중요성
아이를 키우며 자연스럽게 부부 간 역할이 분화됩니다. 한쪽은 주 양육자로서 책임을 주로 지게 되고, 다른 한쪽은 상대적으로 지원하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역할의 차이가 오히려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글에서도 주 양육자인 엄마는 아이를 돌보며 힘들었던 자신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며 억울함을 토로합니다. 반면 아빠는 아이를 감싸며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점은, 서로가 느끼는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역할을 비난하기보다, "우리가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무엇을 더할 수 있을까?"라는 공통의 목표를 중심으로 대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부모의 역할이 다르더라도 그것이 상호보완적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태도가 갈등을 줄이는 첫걸음입니다.
2. 아이는 "독립된 개체"임을 인정하기
부모는 종종 아이를 자신의 연장선으로 여기고, 원하는 대로 변화시키려는 욕구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독립된 개체로서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글 속 엄마는 아이의 산만한 행동이나 말을 듣지 않는 태도에 불안을 느끼며 강하게 반응합니다. 하지만 이는 아이를 통제하려는 의도보다 "놓쳐버릴지도 모를 중요한 시기"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런 경우 부모는 "아이의 현재 모습"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아이는 부모가 완성해 가야 할 미완성의 작품이 아니라, 그 자체로 고유한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실수할 기회를 주고, 그 실수를 통해 배우도록 격려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3. 갈등의 순간을 "기회"로 삼기
부부 간의 갈등은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고 관계를 재정비할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글에서는 엄마가 아이와의 갈등으로 인해 아빠와 다투게 되었지만, 결국 자신의 부족함과 과거를 돌아보며 서로에게 조금 더 진심 어린 격려를 주는 계기로 삼습니다.
갈등은 감정을 쏟아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왜 이렇게 다르게 생각했을까?"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화의 방식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자신의 감정을 차분히 표현하며, 상대가 말한 내용을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육아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에서 서로의 역할을 격려하며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이 갈등을 완화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4. 부모 자신도 치유와 성장이 필요하다
글에서 엄마는 자신의 어린 시절 격려와 칭찬을 충분히 받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이는 현재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게 합니다. 사실 부모로서 우리는 완벽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것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부모는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치유하며 성장할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과거의 상처나 결핍이 현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를 직시하고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아이와 배우자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함께 극복해 나가는 것이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힘을 강화하는 길입니다.
5. 결혼생활과 육아의 균형 잡기
육아는 결혼생활의 핵심 요소가 되지만, 부부 관계 그 자체도 매우 중요합니다. 부부가 아이에게만 집중하다 보면 서로 간의 관계가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가끔은 육아에서 벗어나 부부만의 시간을 가지며 서로를 돌아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취미를 공유하거나, 가벼운 산책을 통해 대화하는 것처럼 작은 일상에서부터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가족의 힘
육아는 부모 개인의 도전이 아닌, 가족 전체의 협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글에서 보여지듯, 때로는 부모 자신도 미숙함을 인정하고 성장해야 하며, 때로는 아이를 독립적인 개체로 존중해야 합니다.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그것을 기회로 삼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육아와 결혼생활은 단순히 "잘 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 성장하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