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작 한강 '소년이 온다' 서평, 5.18민주화항쟁, 증언문학, 한강소설, 광주시민, 군사정권

 한강 <소년이 온다> 서평 : 격렬하게 어른거리고 싶던 혼들을 추모하며





 그 동안 노벨문학상 수상작들을 챙겨 읽어오면서 그 작품들에 깊게 빠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작가 중에도 탈만한 이들이 있는데, 아직 대한민국의 위상이 약해서 빛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웠습니다. 그러다 지난 10월, 한강이 <소년이 온다>로 2024년 노벨문학상을 거머쥐었을 때 울컥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을 시작으로 소위 K-culture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한민국의 문화의 위상이 급속도로 높아지더니 브로노마스가 로제와 함께 마마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고 공연을 하는 것을 보면 이제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문화강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통해 한국의 문학작품들도 더욱 많은 관심을 받기를 기대해봅니다.


 20대때 이 책을 읽으려고 하는 저를 말리며 좀 더 나이를 먹은 후에 읽으라고 하던 선배들의 말을, 이제 40대가 되어 읽어보니 그 말이 이해되었습니다. 만약 그 어린 나이에 읽었다면 저는 지금만큼의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끼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읽는 내내 축축하고 춥고 뿌옇고 막막하고 시커멓고 찐득하고 검붉었습니다. 독서를 할 때 종종 옆에 두고 마시는 차나 커피도 어쩐지 죄스러워서 마실 수 없어 마른 침을 삼키며 읽었습니다. 이 책은 환한 햇살을 맞으며 예쁜 카페에 들고 가서 읽기보다는 밤에 수면 등 아래에서 침잠(沈潛)하여 읽기를 권합니다.


소년이 온다 | 한강 - 교보문고



 

p47. 그러니까 혼들은 만날 수 없는 거였어. 지척에 혼들이 아무리 많아도, 우린 서로를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었어. 저세상에서 만나자는 말 따윈 의미 없는 거였어.

p50. 넌 여기 없을 뿐 아니라, 아직 살아 있었어. 그러니까 혼이란 건 가까이 있는 혼들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하면서, 누군가가 죽었는지 죽지 않았는지만은 온 힘으로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거였어. 이 낯선 덤불숲 아래에서, 썩어가는 수많은 몸들 사이에서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자 나는 무서워졌어.

p51. 이상하고 격렬한 힘이 생겨나 있었는데, 그건 죽음 때문이 아니라 오직 멈추지 않는 생각들 때문에 생겨난 거였어. 누가 나를 죽였을까, 누가 누나를 죽였을까, 생각할수록 그 낯선 힘은 단단해졌어. 눈도 뺨도 없는 곳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피를 진하고 끈적끈적하게 만들었어.

p57. 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잠든 그들의 눈꺼풀 위로 어른거리고 싶다, 꿈속으로 불쑥 들어가고 싶다, 그 이마, 그 눈꺼풀들을 밤새 건너 다니며 어른거리고 싶다. 그들이 악몽 속에서 피 흐르는 내 눈을 볼 때까지. 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책은 1장 어린 새 : 희생자 소년 동호의 이야기, 2장 검은 숨 : 희생된 혼들의 이야기, 3장 일곱 개의 뺨 : 생존자 은숙의 이야기, 4장 쇠와 피 : 또 다른 생존자의 이야기, 5장 밤의 눈동자 : 생존자 선주의 이야기, 6장 꽃핀 쪽으로 : 동호 어머니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강은 2장에서 마치 혼이 되어본 사람처럼 글이 아닌, 휘적거리며 서늘하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혼이 어른거리는 듯한 부기울임체 글꼴 형태와 '~했어.'체를 선택한 점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장은 사건 자체보다도 한강이 그 많은 혼들의 처참한 심정을 표현한 문학성이 돋보이는 장입니다. 그리고 그 혼들이 당신들과 당신들의 가족과 친구를 잔인하게 죽인 전두환에게, 박정희에게, 차지철에게, 그들과 같이 행동했던 특별하게 잔인했던 군인들에게 마침내 찾아가서 어른거릴 수 있었는지 궁금해집니다.

 

 

p69. 도청 민원실 부탁합니다. 안내받은 전화번호를 누르고 다시 기다렸다. 분수대에서 물이 나오고 있는 걸 봤는데요,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떨리던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또렷해졌다. 어떻게 벌써 분수대에서 물이 나옵니까. 무슨 축제라고 물이 나옵니까. 얼마나 됐다고, 어떻게 벌써 그럴 수 있습니까.

 

 5.18 민주화 항쟁 당시 전남도청 상무관에서 주검을 관리하는 일을 하던 은숙은 출판사 직원으로 5.18 민주화 항쟁과 관련된 극본 번역자와 일을 한 것 때문에 취조를 당하며 일곱 대의 뺨을 맞습니다. 아직도 자신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과 유족들이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그저 일상처럼 광장 분수대에서 물이 나오는 것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분수대의 물은 그냥 물일 뿐일 수 있지만 은숙에게는 유난히도 물이 상징하는 태연함, 여유, 희망, 생명력이 치가 떨리게 보고 싶지 않습니다. 지나간 학살은 지나간 일일 뿐이니 이제 일상을 살라고 강요하는 또 다른 폭력으로 느껴집니다. 제발 아직은, 꽤 세월이 흐를 때까지는, 시민들과 유족들이 조금은 숨 쉴 수 있어질 때까지는 물이 멈추기를 부탁합니다. 



p99. 소리 없이 입술을 달싹이고 있을 뿐이다. 그 입술 모양을 그녀는 또렷하게 읽을 수 있다. 서 선생이 원고지에 펜으로 쓴 희곡을 그녀가 직접 입력해 삼교까지 봤기 때문이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p100. 최초의 당혹한 웅성거림이 객석을 쓸고 지나간 뒤, 이제 관객들은 무서운 침묵과 집중력으로 배우들의 입술을 응시하고 있다. 통로를 밝히던 조명이 어두워진다. 무대 중앙의 여자가 객석을 향해 몸을 돌린다. 여전히 소리 없이 초혼(招魂)하며 걸어오는 남자를 침착하게 응시한다. 입술을 열어 달싹인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당신을 보았던 내 눈이 사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던 내 귀가 사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숨을 들이마신 허파가 사원이 되었습니다.

p114.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은숙은 서 선생의 극본 검열을 받으러 갔다가 무자비하게 삭제 처리된 극본을 들고 허망하게 돌아왔습니다. 아무리 그 많은 부분이 삭제되어도 그녀는 너무나 또렷하게 기억하는 그 부분들. 그 부분들이 가장 핵심인데 그 부분들 없이 무엇을 표현할 수 있을까 싶어 자신이 일곱 대의 뺨을 맞게 한 서 선생이 나타났음에도 화는커녕 허망한 극본을 든 채 그에게 죄송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서 선생은 어찌 된 영문인지 걱정하지 말라고, 연극은 무조건 올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연극이 열렸고 여차하면 판을 업어버리고 연행하기 위한 형사들도 연극을 보러 왔습니다.   


 왜 연기에 대사가 없냐며 웅성대던 관객들은 점차 왜 배우들이 입술만 열어 연기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합니다. 말을 내뱉은 것이 아니기에 형사들의 연행은 피해갑니다 그렇게 서 선생은 자신이 표현하고 싶었던 것, 말하고 싶었던 것을 모두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그 연극을 보면서 은숙 또한 군인들이 도청 상무관에서 주검을 보존하는 것조차 쓸어버리기 위해 탱크를 밀고 들어온 결전의 날을 떠올렸습니다. 고등학생이지만 중학생 같이 야리야리하던 동호를 오랜만에 불러봅니다. 샤워하고 오라고 하지 말 걸, 그냥 카스텔라와 요구르트나 먹고 다신 집에 오지 말라고 동호를 저 멀리 내다 밀어 보내버릴 걸, 왜 씻고 오라고 말했을까. 하지만 동호는 그 누가 아무리 화를 내고 말렸어도 기어코 그 자리를 지킬 녀석이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자신 또한 상무관을 지키고 있었던 것 때문에 그 자리에서 죽거나 산다해도 지금처럼 평생을 고통속에 살 것을 알면서도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p120. 묽은 진물과 진득한 고름, 냄새나는 침, 피, 눈물과 콧물, 속옷에 지린 오줌과 똥. 그것들이 내가 가진 전부였습니다. 아니, 그것들 자체가 바로 나였습니다. 그것들 속에서 썩어가는 살덩어리가 나였습니다.

지금도 나는 여름을 견디지 못합니다. 벌레 같은 땀이 스멀스멀 가슴팍과 등으로 흘러내리면, 내가 살덩어리였던 순간들의 기억이 고스란히 돌아와 있는 걸 느끼며 깊은숨을 쉽니다. 이를 악물고 더 깊은숨을 쉽니다.

p121. 각진 각목이 어깻죽지와 등허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자신의 곧은 물성대로 활짝 펴지며 내 몸을 비틀 때, 제발, 그만, 잘못헀습니다, 헐떡이는 일초와 일초 사이, 손톱과 발톱 속으로 그들이 송곳을 꽂아 넣을 때, 숨, 들이쉬고, 뱉고, 제발, 그만, 잘못했습니다, 신음, 일초와 일초 사이, 다시 비명, 몸이 사라져 주기를, 지금 제발, 지금 내 몸이 지워지기를,

 

 도청 상무관에서 일한 진수와 같이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고 살아남은 한 남자는 그 일 때문에 자신의 몸은 자신의 고귀한 이상이나 양심과 다르게 그저 냄새나고 더럽고 썩어가는 살덩어리라고 환멸 하게 됩니다. 고문을 가한 군인들이 원한 게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아무리 고귀한 척해봤자 그저 고통에 몸부림치는 하찮은 인간임을 알게 하고 다시는 이상이나 양심을 운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고문의 목적이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우연히 진수를 만났고 그 뒤로 그 둘은 서로 유일하게 서로의 고통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존재이자 그렇기 때문에 보고 싶지 않은 존재로서 가끔씩 만나며 지냅니다. 진수가 너무 형형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면 그 눈을 보고 싶지 않았고 마구 패버리고 싶은 충동도 느꼈습니다. 마치 진수의 몸이 환멸 하게 된 자신의 살덩어리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p162. 팔 개월 동안 남편이었던 남자의 유순한 목소리를 당신은 기억한다. 눈이 작은데 예뻐요,라고 그는 처음에 말했다. 긴 눈 하고 코하고 입하고, 흰 종이에 쓱쓱 정갈하게, 송아지처럼 크고 물기가 많던 그의 눈을 당신은 기억한다. 입술이 일그러지던 모습을, 흰자위가 충혈된 채 물끄러미 당신을 마주 보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러지 마,라고 그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다.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날 보지 마.

p166. 삼십 센티 나무 자가 자궁 끝까지 수십 번 후벼 들어왔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소총 개머리판이 자궁 입구를 찢고 짓이겼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하혈이 멈추지 않아 쇼크를 일으키 당신을 그들이 통합병원에 데려가 수혈받게 했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이년 동안 그 하혈이 계속되었다고, 혈전이 나팔관을 막아 영구히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타인과, 특히 남자와 접촉하는 일을 견딜 수 없게 됐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짧은 입맞춤, 뺨을 어루만지는 손질, 여름에 팔과 종아리를 내놓아 누군가의 시선이 머무는 일조차 고통스러웠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몸을 증오하게 되었다고, 모든 따뜻함과 지극한 사랑을 스스로 부서뜨리며 도망쳤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더 추운 곳, 더 안전한 곳으로. 오직 살아남기 위하여.

 

 선주는 여공으로 일하던 중 성희언니의 주도로 노동운동에 가담했다가 끌려간 이력 때문에 취업에 계속 실패하다가 현재는 녹취록을 풀거나 각종 기록을 남기는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과거의 고문과 참상을 겪은 트라우마로 직장 동료들과도 친해질 수가 없어 지독하게 외롭게 지냅니다. 겨우 사랑할 수 있었던 남자에게도 곁을 내줄 수 없이 피폐해졌고 매일 밤 동호가 찾아오는 듯한 고통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 자꾸 왜 자신에게 성희언니도, 5.18 민주화 항쟁 생존자들에 대한 논문을 쓴다는 윤도 그놈의 정의를 위해 증언을 하라고 요구하는지 화가 납니다. 하나 결국은 증언만이 지금이라도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어쩌면 그냥 꾸역꾸역 체한 듯이 먹어치우는 하루하루를 살다 결국은 생존자에서 자살자가 되어버린 사람들처럼 자신도 그렇게 될까 봐 겁이 납니다. 이제라도 제대로 살기 위해서 증언을 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모든 가학적 행위로 인한 피해자들이 그러하듯 그 증언이 살 길이라 할지라도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에, 한 마디하고 나면 백 가지 기억에 잠들 수 없기 때문에 차마 하기가 어렵습니다.



p192. 네 중학교 학생증에서 사진만 오려갖고 지갑 속에 넣어놓았다. 낮이나 밤이나 텅 빈 집이지마는 아무도 찾아올 일 없는 새벽에, 하얀 습자지로 여러 번 싸놓은 네 얼굴을 쳐다본다이. 아무도 엿들을 사람이 없지마는 가만가만 부른다이..... 동호야.

p211. 제대로 써야 합니다. 아무도 내 동생을 더 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 써주세요.

p213. 이제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동호는 자신과 같이 시위행진을 걷다가 총을 맞고 죽어가는 정배의 손을 놔버린 자신을 질책하며 정배의 시신이라도 찾아볼까 하여 시신들을 모아둔 상무관에서 일을 도왔습니다. 시작은 친구에 대한 죄책감, 시신이라도 찾아 가족에게 돌려보내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점차 그 우정은 상무관에서 숱한 시민들의 주검과 그들을 찾아오는 유족들의 고통을 마주하며 이 주검들만이라도 군인들이 어찌할 수 없도록 지키는 것이 맞다는 정의감으로 바뀝니다. 


 동호의 어머니는 얼마 살지 못하고 떠난 그 짧은 세월의 동호의 모든 장면을 찬찬히 돌려본다. 동호 위의 두 형들이 내리 한 젖만 빠느라 나머지 한 젖은 땡땡해진 것을 무던히 빨아주어 두 쪽 다 보드랍게 만들어준 아기 동호부터 상무관에 찾아가 집에 가자고 할 때 딱 여섯 시까지만 있다 갈 테니 먼저 집에 가라던 동호까지 세세하게 돌려봅니다. 그 날의 동호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홀연한 양심과 용기의 길을 건너버렸기에 자신의 아들이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자식들 모두를 잃은 정배와 정미 남매의 아버지는 얼마 못 살고 떠났지만 동호의 어머니는 그나마 남은 아들이 둘이나 있었기에 그 모진 세월을 견뎠습니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한강이 동호의 형을 만났을 때, 그런 동호를 모독한다는 인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정말 5.18 민주화 항쟁의 투사들을 모독하는 사람들이 있단 말일까요? 전두환을 두둔하고 믿고 그의 명예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자들이 정녕 있다는 말일까요? 물론 사람은 다 생각이 제각각이고 늘 반대편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겠지만 저로서는 가끔 그게 너무나 힘겹습니다. 그들을 이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전두환의 죽음을 서거라 말하고 전두환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정말 있다는 것을 여러 자료를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자유대한호국단'이며 그 외에도 개인 블로거나 유투버들도 상당수로 파악됩니다. 그들은 전두환의 상사였던 이희성 등이 잡다하게 떠든 편파적인 보도자료 등만을 신뢰하며 나름의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박정희에게 무한한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해 특별하게 잔인하게 굴었던 전두환, 그리고 박정희의 모든 결단을 부추기던 실세 경호실장 차지철도 물론이지만 그 모든 지시의 수장이었던 박정희도 이 모든 비난을 받아야만 합니다. 그가 오래 장기 집권하면서 이루어낸 소위 '한강의 기적'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의 무대포 정신이 대한민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발돋움 시켰습니다. 그러나 그는 또다시 자신을 믿고 뽑아준다면 뭐든 잘 해낼 자신이 있다고 설득했어야 했습니다. 만약 재집권에 실패했다면 더 이상 그는 군인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의 입장을 받아들였어야 했습니다. 그는 경호실장 차지철이 '캄보디아에서는 200만 명도 더 죽였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못할 것이 없습니다.' 하는 충성의 말에 넘어가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독재가 계속되면서 박정희는 언제부턴가 충성게임에 매몰되고 초기 집권 때보다 못한 행태를 보였다고 진술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애초에 군부가 정권을 잡거나 정치에 개입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던 김재규는 오랜 세월 후 점차 변해버린 박정희와 그 박정희를 좌지우지 할 정도로 실세였던 차지철을 끝내 쏴버리고 말았습니다.


 전두환에 대한 광주 시민들의 소송은 왜 그가 거의 죽어갈 때쯤에서야 가능했는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현 정부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인 그였기에 유족들은 여전히 오랜 세월 공포에 떨었던 것일까요? 우리가 유족이 아니고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어떤 말도 동호의 형 말마따나 모독이 될 수 있기에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전두환이 그 많은 시민을 잔인하게 죽여놓고, 연행할 이유가 없어도 그냥 다 죽여놓고, 광주 시위가 확대되었을 때 화염방사기를 발사하고, 그저 항복하는 자세로 나오던 동호와 다른 소년들에게 죄 총을 쏴 놓고, 병사들에게 뼈와 근육에 침착된 방사성 물질이 수십 년간 몸속에서 염색체를 변형시키는 납탄을 쓰도록 지시해 놓고, 모든 걸 부인한 채 편히 병상에 누워있다 죽은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화가 날 뿐입니다. 전두환은 5.18 헬기 사격의 진실이 1규명 재판 1심에서 자신의 주장과 달리 헬기 사격이 사실임이 밝혀진 이후 2심을 앞둔 와중에 또 자기 혼자 편안히 죽어버렸습니다.


전두환이 부인했던 '5.18 헬기사격', 어떻게 역사적 진실이 됐나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죽어서도 단죄를 받는 전두환:자주시보


 군인들이 무섭지 죽은 시체들이 뭐가 무섭다고 그래요.라고 말하던 동호는 더 이상 집이 있어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돼버린 슬픈 영혼들과 썩어가는 고통까지 더해져 더 슬픈 육체들과 함께 그 자리에 남아 쏘지도 못할 총을 들었습니다. 동호는 은숙, 진수, 선주 등을 비롯한 광주 시민들과 그 광주를 지켜본 모든 국민들에게 고통과 아픔임과 동시에 희망이자 의지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을 양심과 용기로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 동호를 오롯하게 기억해야 합니다. 5.18 민주화 항쟁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그 어떤 말도 다 마땅치가 않아서 하기 어렵습니다. 단순한 소설을 넘어 우리 역사를 되새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작품입니다. 언젠가 전라도 여행을 가게 된다면 국립 5.18 민주묘지에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꽃을 올려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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