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뀐 듯 해도 여전하네요 : 아빠의 형제 및 남자친척에 한해서만 가능한 장례휴가
임신과 출산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하던 일을 꾸준히 하기 어려워지고 다시 돌아가도 일에 전념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제반적인 문제들까지 하나하나 따져보면 세상은 아이들이 너무 없다며 아이를 낳아 키우라고 하면서도 이제 여자도 돈을 잘 벌어야 한다고 하는데 정작 육아와 업무를 다 할려고 하면 회사 조직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중적인 잣대 때문에 오히려 과거보다 현대의 여성은 더 힘들어 진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옛날에 비해서는 남녀 구분없이 공부시키고 웬만한 전 분야에 남녀가 같은 수준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부모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오히려 딸을 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모의 윗 세대인 조부모들은 며느리가 임신하면 당연하다는 듯 아들이길 기원하거나 딸을 낳은 경우 둘째를 꼭 낳으라고 강권하는 등, 오래된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부모에게 성장하는 내내 영향을 받은 탓에 젊은 세대임에도 보수적인 가치관을 지닌 남성들도 생각보다 많고 이는 부부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남녀가 기본적으로 다르고 그 다름으로 인해 더 강점인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차별적으로 대우해주는 것이 옳을 때도 있지만 그저 성별이 남자라는 이유로 당연히 대우 받고 여자라는 이유로 당연히 차별받는 관행은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다가오는 명절,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명절에 온 친척들 다 모이면 남자들이 전 부치는 집이나 남자들이 설거지 하는 집안이 몇 이나 될까요? 요즘 유행하는 SNS인 스레드에는 고작 30대 아이 엄마가 항암치료 중인데도 시어머니가 김장이다 명절이다 온갖 일을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한다는 하소연에 다들 크고 작은 자신의 유사경험담을 쏟아낸 글을 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키우며 일 다니는 며느리에게 '우리 아들은 냉장고에 있는 음식은 못 꺼내 먹으니 다 차려놓고 출근해라.'라고 한다든지, 심한 경우는 툭하면 트집을 잡고 이년 저년 욕을 한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그런 환경이 아니지만 그토록 많은 여성들이 저와 같은 세대임에도 옛날 할머니들이 겪은 서러움을 그대로 당하고 살고 있다니, 그런 환경 속에서 그 집 남편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건지 참 답답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명절이 다가올 때면 여자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친정에 가면 운전 좀 했다고 사위인 남편은 드러누워 있고 친정에 가서도 딸인 여자들은 엄마가 안 쓰러워 같이 일하게 되고 , 남편은 자기 본가에 가면 자기 본가라고 또 드러누워 있습니다. 며느리인 여자들은 이제 시가에 가서 더 많은 일들에 시달려야 합니다. 세상이 변하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제사든 명절이든 고통 속인 것은 여자들입니다. 언제 즘 어느 날이 다가와도 아무런 생각 없이 친척들을 만나는 기쁨만 느낄 수 있을까요? 사실 외가, 외조부모라는 표현도 오래전 여성이 출가외인이라 여기며 결혼한 후 원래 본가를 외가로 규정하고 자주 드나들지 못하게 했던 시대착오적인 표현인데도 여전히 그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집은 아이에게 양가 어머님들을 사는 지역 기준으로 '서울 할머니' , '세종 할머니'라고 말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여성의 형제자매들에게는 위아래 무관하게 하대하는 식의 처형, 처제라고 하거나 이름을 부르기도 하면서 남성의 형제자매에게는 남편과의 위아래를 막론하고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 등 모두 존칭인 것도 차별적인 호칭에 해당합니다.
오늘 자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취재 결과 어느 대기업의 회사 내규에 백숙부(부친의 남자형제)상에 대한 휴가 및 경조사비 규정은 있지만, 부친의 여형제(고모)·모친의 형제(이모·외삼촌)에 대해서는 규정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기업 대다수가 유사한 내규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매출액 상위 10대 민간 기업의 장례 휴가 규정 을 살펴본 결과, 이 중 7개 기업은 고모·이모·외삼촌상에 대한 장례 휴가를 지급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반면 백숙부상에 대해서는 평균 2∼3일의 휴가를 지급했습니다.(10대 기업은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으로 집계한 결과임) 10대 기업 중 1개사는 백숙부·고모·이모·외삼촌상에 대해 모두 휴가를 지급하지 않았고, 2개사는 이들에 대해 모두 동일한(1∼2일) 휴가를 지급하고 있었다.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도 백숙부·고모·이모·외삼촌상에 대해서는 모두 휴가가 지급되지 않는 식으로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차별을 할 바에는 자신의 친부모와 친조부모 외조부모 외에 모든 일가 친척의 장례에는 장례휴가 및 경조사비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나아보입니다.